시집 이야기

숨 (박성진 시집)

심심천천 2017. 6. 9. 14:34

 

- 박성진 시집

 

 

고모부 자리

 

인상 좋고 서글서글했던 고무부

술만 마시면 고모를 때렸다

사시미칼로 죽여버리겠다고

이노무 집구석 불 질러버리겠다고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장모에게 전화 걸어 집기를 부수거나

맞아서 내지르는 고모의 비명과

우는 아이들의 목소리 들려주었다

 

할머니의 흐느끼는 연락 받은 아버지

고모부에게 전화 넣어

고모와 아이들의 안전 확인하고

사연을 듣고, 타이르기도 하다가

결국 목소리 높였다

 

뭐라꼬? 뱃때지 찔러뿐다꼬?

은냐, 거 딱 기다리라.

 

전화 끊고 상기된 얼굴로

아버지가 봉고차 키 챙기면

두려워진 엄마는 나를 태워 보냈다

무서운 속도로 충부로 내달리는 봉고차 안

바다로 번지는 피처럼 붉은 노을

 

고모부의 날 선 사시미칼 어떻게 피할 것이며

고모는 살아있는지, 사촌들은 어디에 숨었는지

벌벌 떨면서도 상상을 멈출 수 없었다

 

고모는 입 안에 자꾸만 고이는 피를 뱉고

사촌들은 담 넘어 옆집으로 몸을 숨겨 소리 죽여 울고

 

멀미 때문에 입안 가득 고이던 맑은 침을 연신 삼키다

차창 위로 뜬, 다친 짐승처럼 웅므린 섬들 만지다 보면

 

어느새 머리채 휘어 잡혀

질질 끌려나오는 고모부가 보였다

할머니 칠순 잔치와 몇 번의 명절에도

매형과 처남에게 돌아가며

불콰한 얼굴 땅에 짓이겨졌다

 

그런 고무부가 죽었다 정신병원에서

가족들은 임종을 알리지 않았다

영안실에서 끌려나와 불붙은 화구 속

한 줌 재 될 때까지

 

간호사 딸도

옥살이하는 아들도

비슷한 뱃사람 다시 만난 고모도

잿술 한잔 따르지 않았다

 

비칠거리지 않고 혼자 걸어

저 먼 북천에 닿았는지

은하술이 흐르는 날 술병자리며

한 번도 휘두르지 못한

사시미칼자리가 뜨고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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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지 어설프게 느껴졌다. 읽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공책에 옮겨 썼다. 한 자 한 자 쓰면서 시인과 호흡이 같아지고. 참 사는 것은 다방면으로 슬픈 일인 것 같다.

 

 

              선물

                                                 우부순

 

아이가 그림은 내민다

나를 그렸단다

단순한 몇 개의 선으로

 

나의 시선이

나의 욕망이

나의 태도가

나의 삶이 벌거벗겨진 채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