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이야기

누구도 하느님! (하느님, 유기견을 입양하다, 신시아 라일런트)

심심천천 2019. 3. 15. 13:31




하느님, 유기견을 입양하다


                                                     신시아 라일런트


아느님은 그럴 마음이

전혀 없었다.

하느님은 개를 좋아했다.

어렸을 때부터 줄곧 그래왔지만

지금은 도무지 개를 키울 시간을

낼 수 없을 것 같았다.

하느님은 늘 일이 많았고

개는 보살필 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니까.

아느님은 또 누군가를 책임질 수 있을지

영 자신이 없었다.

하니만 하느님은 길 잃은

개를 보았다.

그 개는 춥고

배고프고

외로워 보였다.

그리고 하느님은 자신이

그 개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놀리적으로 따져 보자면

하느님이 한 일이라곤

단지 세상이 제대로 굴러가게

한 것뿐이라지만,

어쨌든 하느님 책임이었다.

하느님이라고 해서 모든 일로

비난받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하느님은 그 개를 보았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그 개를 집으로 데려와

'어니'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이제 하느님은

밤에도 자신의 발을 따뜻하게 해 줄

누군가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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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깨달았다. 내가 하느님이라는 것을!

그리고 또 문득 깨달았다. 나의 곁에 있는 하느님들을!

이 세상은 내가 만들었고 지금도 만들고 있는 것을!

그래서 유기견도 내가 만든 것이고 책임을 져야 할 존재도 나인 것을!

일본 기자가 원전폭발사고를 겪으며 전기를 쓰는 자신의 책임감을 자각하고 삶을 바꾸어 나간 사실을 안다. 전기를 하나도 쓰지 않는 삶을 결정했고 그 결정을 현실로 이루어 냈다. 그 과정에 진정한 삶의 중심으로 들어가 하느님의 모습을 되찾았다.

겹겹이 막힌 의심들을 걷어내고 나에게서 신을 발견하는 일이 삶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일 것이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보는 일! 

내가 신인 것을 알고 사는 일!

시를 쓰는 일!

다 같은 일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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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우부순


너에게나는 신일까?



나에게 네가 신일까?


네가 나에게 오지 않았다면

내 삶은 지금과 매우 달랐을 것이고

결코 지금보다 낫다고 할 수 없을거야


우린 만나면서

서로를 창조하고

숭고하게 책임지는

하느님이 되어버렸지


세상의 모든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너를

이제는 몰라보거 외면하지 않으려고

신적인 능력을 발휘할 생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