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죄로 돌아온 소녀
카시지
조이스 캐럴 오츠
크레시다가 실종되었다.
아니 도망쳤다.
아무도 모르게.
이유도 없이.
아니 이유도 모른 채.
자기 자신이 어떠한 상태인지도 모른 채
스스로 실종되었다.
사랑 받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고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었고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어린 소녀
어리석은 소녀의
실종
자신의 삶으로부터 스스로 실종된 후
남겨진 가족과 상처 입은 사람들
망가진 삶과 관계들
그러나 숭고함을 잃지 않으려는 힘겨운 몸짓
아름다운 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하게 변해가는 사람들
죽음을 경험하고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격렬하게 체험하고
돌아오기를 결정한 소녀
돌아와 최선을 다해 속죄하고
다시 삶을 향해 떨리는 발을 내딛는 사람
그 잘못 마저도 끝내 용서하는 가족들
산다는 것이
죄를 짓는다는 것이
이토록 우연찮게 일어나는 일이고
이토록 일방적이고 폭력적일 수 있는 일이고
돌이키기 위해 남은 온 생애를 다 바쳐야 할 일이라는 것이
위태로운 삶을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무섭다
어쩔 수 없이 인간은 어리석고 무모하고 이기적이고 교활하다
그리고 늦게서야 그 잘못을 깨닫고
돌아온다. 자신의 죄로
용기를 내어 자신의 죄로 돌아오는 것이
목숨을 건 여정이 되고
용서받지 못할 수도 있는 낯선 세계로 첫 걸음을 뗀다는 것은
자신이 쌓아온 모든 삶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것을
아프게 이야기한다.
몸서리치게 나쁜 사람이
몸서리치게 아픈 사람일 수 있다
죽음을 건너 다시 삶으로 귀환한
허약한 인간의 행보에
눈물이 난다.